- 소리없이 오는 불청객 ‘질식사고’를 예방합시다.
자기의 모든 재능을 맘껏 뽐내고자 세상 만물이 활짝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 돌아 왔다.
움츠려 들던 겨울을 지나 소생의 기운 후에 찾아 오는 여름은 우리로 하여금 한껏 들뜨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끔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파도 소리에 마음을 실어 저 멀리 보내보고 싶은 계절이기도 한 여름은 한편으로는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로 ‘산소결핍 또는 유해가스 중독’에 의한 질식사고가 그것이다.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식사고는 겨울철과 더불어 이즈음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사업장에서는 겨우내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자 오 · 폐수처리시설, 정화조 등의 청소가 자주 시행된다.
하지만 매번 경험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그만큼 해당지식이 부족하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늘 우리 곁에 있고 그 존재감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하지만 생존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인 산소가 부족하여 우리의 동료가 곁을 떠나는 혹은 심각한 후유증을 얻기도 하는 안타까운 사고를 자주 경험하게 되는 때가 바로 이 때인 것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사례들을 살펴보면 밀폐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질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다량의 가스 치환으로 발생하는 순간적인 질식사고 형태인데, 이러한 질식사고는 열린 공간에서도 발생한다.
아래의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지상에 설치되어 있는 폐수처리시설의 중화 처리조의 상부 맨홀을 개방하여 수위를 살피던 중 다량의 황화수소로 인한 유해가스 중독(신체 내 산소 분압의 저하로 발생하는 화학적 질식사고임)로 안타깝게 사망에 이른 사고다.
재해자는 중화처리조의 상부에서의 맨홀을 개방하는 작업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질식사고 위험작업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는 못했을 터다.
게다가 이 장소는 산업안전보건규칙 별표 18에서 에서 정한 ‘밀폐공간’장소에 속하지 않는다.
엄격하게 따지면 위의 사고 장소는 밀폐공간도 아니며, 작업 전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대상도 아닌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밀폐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며, 단어가 전달하는 의미가 매우 명확하여 자칫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 위험이 있는 장소임에도 밀폐공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과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공단의 질식사고예방사업을 위해 사업장과 접촉하는 경우에도 매번 접하게 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사업장에는 밀폐공간이 없어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산소결핍 및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사고가 우려되는 장소를 ‘밀폐공간’장소로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소에서의 작업에 대하여는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 및 유해가스 농도의 측정, 환기 등의 현장에서의 조치와 함께 ‘밀폐공간작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서 ‘밀폐공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한번 짚어 보자. 밀폐공간이라는 단어는 막힌 장소 또는 닫힌 장소 등을 떠 올리게 된다.
영어로 직역하자면 ‘폐쇄된 공간(Enclosed Space)’ 정도 되겠다. 그런데 법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의 ‘밀폐공간’은 ‘제한된 공간(Confined Space)’다.
미국에서는 밀폐공간이라는 뜻으로 ‘Confined Area’를 쓰고 있다.
즉, ‘밀폐공간’이라는 용어는 매우 한정적인 장소적 개념을 가지다 보니 질식사고의 위험을 가진 사업장에서 조차도 ‘밀폐공간’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자와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전달 불일치랄까? ‘밀폐공간’이라는 매우 제한적 공간을 뜻하는 단어 대신 좀 더 폭 넓은 공간적 의미를 가진 ‘질식 위험공간’이라는 공통용어를 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질식사고는 사전 교육과 작업 전 안전조치만 제대로 선행된다면 매우 뚜렷한 예방효과를 가진다.
특히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질식사고가 우려되는 장소 또는 작업에 대해 ‘찾아가는 질식재해 예방 One Call 서비스’라는 적극적인 지원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데, 전화 한번으로 작업 전 전문가가 현장에 방문하여 ‘산소농도 및 가스농도 측정’, ‘안전교육’, ‘환기팬· 송기마스크 등의 장비 대여‘ 등 사업장에서는 구비하기 힘든 내용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종합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
아울러, 산소결핍 또는 유해가스 중독이 우려되는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에서의 작업 전 질식재해 예방을 위한 다음의 필수 안전수칙을 기억하자.
첫째,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둘째, 작업 전· 작업 중 환기팬으로 환기, 셋째,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 착용, 넷째, 무단 출입금지.
위의 네 가지만 지키면 시원한 여름 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인 질식사고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