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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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주기율이란 체내시계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나 농부가 그렇다.

 

한겨울엔 보통 일출 시간 7시 넘어서 일어나지만 요즘은 오전 5시 지나 동틀 무렵이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일어나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은 희망국토도보순례 시작 첫날이다.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농장에서 해야 할 일들 대충 끝내고 도보순례단 합류를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맹방해변 마을에서 삼척시내까지 10Km 거리, 시내로 통과하던 중 육교 위에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대자대비로 모든 이에게 행복을이 글귀를 읽고 나니 부처님 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다.

 

생각건대 음력사월초파일 불자들은 도량에 걸어 둔 연등 앞에 합장하여 소원을 빈다.

 

한 밤에 연등이 밝은 것은 자신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부처님의 진정한 자비가 숨 쉬며 은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전 730분경 삼척우체국 앞 출발점에 도착하였다.

 

이미 앞서 온 사람들은 서울까지의 대장정 과정의 빈틈없는 준비와 점검에 바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 다 함께 아름다운 지구를 살리고 환경보호 운동에 고군분투할 동지들이다. 매번 만날 때마다 행복감을 더해 주니 그 감사함은 그저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다.

 

오전 8시에 이르자 성원기 교수님의 출발을 알리는 몸짓과 초롱한 눈빛으로 시작을 재촉한다. 우리는 성교수가 직접 수기로 써온 세상을 만들어 내신 아버지 하느님!” 시작의 생명 세상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하고 826분 경 오늘 제1구간 도보순례길에 올랐다.

 

생명세상을 위한 기도문을 읽고 나니 새삼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가 오늘따라 마음 깊은 곳까지 찡하게 느껴진다.

 

탈석탄-탈송전탑 희망국토도보순례단의 순례길은 삼척우체국 앞에서 출발하여 2021. 5. 4~5. 28(2425) 서울 청와대앞까지 총 469.5Km 먼 거리다.

 

그렇다고 티벳인들이 험난한 히말라야 산맥 차마고도를 풍천노숙하며 오체투지로 라싸로 향하는 것에 비견할 수야 없다.

 

그 순례자들은 힘든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오체투지로 먼 길을 타인을 위한 기도가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만날 수 있고 영혼의 위안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오체투지가 아닌 도보순례를 통해서 환경보호에 대한 나 스스로와 사회적 성찰을 촉구하고자 한다.

 

1구간은 삼척시내를 지나서 근덕면 초곡리 황영조기념공원까지 22.1Km이다.

 

아침 시간이라 시내를 통과하는 도로에는 그다지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간간이 우리들의 현수막 펼침과 몸자보 그리고 배낭에 탈석탄의 깃대를 확인한 시민들의 눈은 외면하는 않았다.

 

어떤 이는 작은 페트병 생수를 건넸으며 고마워요, 수고 많습니다.’라는 말들로 격려하여 주었다.

 

평소에 들을 수 있는 예사로운 인사말은 아니었다.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가 만나서 주고받는 인사말이 당신은 Good?이냐고 묻지만 오늘따라 시민들의 격려의 말들은 네팔 사람들이 불경 경전을 돌리며 인사하는 나마스떼의 의미로 들렸다.

 

우리들 도보순례단은 인적이 드문 도로로 지날 때면 묵묵히 앞만 보고 걷지는 않았다. 서로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들추어내 얘기하며 지루함을 달랬다. 특히나, 김광철 선생님은 전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해진 순례 코스를 따라 밝고 지나지만 그저 발걸음만 옮기지 않는다.

 

사람은 아는 것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힘겨운 석탄화력 중단하라펼침 현수막을 앞뒤 잡고 걸으면서도 다방면의 관심과 식견을 내보인다. 시내일부 구간은 조금은 지루하기도 한 코스였다.

 

하지만 김 선생님은 이곳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여 순례가 끝나면 문화답사기라도 나올 듯하다.

 

우리 강원도에는 수려한 산세에 계곡 아늑함 바위미를 지닌 설악산이 있다.

 

이번 도보 순례단에는 박소산 선생님도 동행하였다. 박 성생님은 산자수려한 설악산 아래에서 학을 많이 본 탓인가 걸음걸이도 몸을 곧추 세우고 걷는 자태가 흡사 학을 닮았다.

 

자연과 생물에 대한 식견과 진지한 우리의 삶을 얘기엔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 의한 생태학적 환경위기에 처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나, 한반도 평화와 생태계 복원을 기원하면서 검정 갓에 흰 도포를 입고 학의 날개 짓을 전국 명소1000곳을 찾아서 경이로운 학춤을 추셨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인류는 약 400만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한다.

 

남쪽 원숭이 사람이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로 직립보행의 두발로 걸게 되었다.

 

그러나 지구상 탈핵 탈 석탄 평화를 위해 지구의 5분의 1을 걸은 성원기 교수의 걸음걸이는 또 다른 진화였다. 머리는 약간 숙이고 체중을 앞으로 쏠리게 한 다음 스틱은 끌다시피 짚어가는 걸음걸이는 인간의 또 다른 종으로 변신과 같았다.

 

순례단 선봉에서 앞서나가는 성교수와 우리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잠시 한 눈을 팔수가 없었다.

 

마라톤 선수들의 간격처럼 떨어지면 쉽사리 따라 갈 수 없었으니 초지일관 정신 줄을 잡고 따라야만 했다.

 

우리의 걷기로서 약 2시 반 정도 지나 삼척시 오분동 정상의 한재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한반도 남쪽에서 유일한 명사십리 맹방해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오늘의 맹방바다는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코발트 빛 바다였다.

 

바다와 해변 울창한 송림의 조화는 지구상에서도 흔치 않은 경관이다. 새해를 시작으로 뭇 사람들이 찾아와 일출을 보면서 소망을 빌며 년 중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겨울 흰 눈이라도 내리면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파도가 밀려와 부딪치는 순백의 포말 그리고 온통 뭍의 하얀 설원의 극치는 보는 이의 시야를 비웃기라도 한다.

 

봄이면 유채꽃 축제에 30, 여름이면 120만의 피서객과 7번 국도의 벚꽃 가로수는 터널하며 모든 이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힐링할 수 있는 국민휴양지였다.

 

지금에서 맹방해변의 처참함에 울분을 씻어 낼 수가 없다

 

오늘날 대명천지 악질적인 인간들의 어리석움과 무지의 극치를 본다. 자본의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자연을 아끼고 순응하며 살아가기보다 파괴로 돈벌이 이용의 대상으로 여겼으니 개탄스러운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마치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 말살을 주장하며 전면전을 선언한 어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생각났다.

 

어벤져스의 타노스 역할이 그렇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조차 벌 받을 것이며 부끄러울 지경이다.

 

맹방마을의 어원은 약 700년 전 선조들이 후세의 바닷물과 근덕면 마읍천의 합수 지점에 향나무를 묻었다 하여 매향방이 맹방이 되었다.

 

일찍이 선조들도 후세의 발복을 기원하면서 내리사랑을 실천한 땅이다.

 

또한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성덕왕(702-737) 때 순정공이 태수(강릉) 가던 중 수로부인이 따르던 사람에게 저 돌산 위에 핀 철쭉꽃을 꺾어 달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절벽의 높이가 천장이고 어렵다고 하며 꽃 꺾어 주기를 사양하였지만 그 곁을 암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다 바쳤다고 한다.

 

우리 동해안에는 바다와 인접한 높고 가파른 산을 관통하여 사람들이 내왕하였던 오솔길이 있는 절벽산은 없다.

 

그러고 보면 한재 밑 절벽산과 길이 있던 아래가 수로부인에게 건넨 헌화의 장소라 할 수가 있다. 그러고 나서 수로부인은 절세미인이이라 용궁으로 끌려 들어간다.

 

사람들은 수로부인 구출을 위해서 중구삭금(衆口鑠金)이라 하여 해가(海歌)를 불렀다고 한다. 누군들 시대를 넘어서 오늘의 맹방해변 파괴자는 애니미즘 신봉자의 단정이 아니더라도 분노와 실망의 한탄 소리는 무쇠도 녹여버릴 것이다.

 

지금에서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할수록 자연은 인간에게 받은 것보다도 더 많은 재앙으로 돌려주고 있다. 안타까이 21C 탈 석탄 에너지 전환정책에 유독 삼척시만 역행한 행태에 마냥 개탄스럽기만 하다.

 

우리들은 맹방해변 승공마을에 도착하였다. 맹방해변 주변에 살고 있는 마을주민들은 지역숙원 사업인 동서고속도로만 뚫린다면 이곳은 노다지 황금 로또가 될 것이라 분노했다.

 

그러고 보면 맹방해변의 파괴는 우리는 당대의 통탄과 분노를 넘어 미래 세대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국민휴양지이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종()으로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맹방해변을 보면 가장 포악한 존재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금에서도 코로나19는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자연의 백신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들은 어느덧 종착점 황영조기념관에 도착하였다.

 

이 자리에서 와서 바르셀로나 몬주악의 영웅 황영조 선수의 근성에 경의를 표한다.

 

황영조 선수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그 시대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모델이요 힘이 되었으리라 싶다. 우리들은 첫날의 탈석탄-탈송전탑 도보순례 제1구간을 무탈하게 마쳤다.

 

이젠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충전을 위해서 황영조기념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평화님의 집을 찾아 갔다.

 

오늘의 잠을 잘 방으로 어머니 같은 포근한 바다가 품은 집이다. 이 집 주인장은 서로의 삶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언제나 낯선 사람들에게도 받기보다 주는 사랑으로 반겨주며 맞아주는 바다같은 사람이다.

 

 

이번 순례단에게도 따뜻한 밥과 약간의 곡차를 대접해 주었다. 주인장의 친절한 성품과 묵직한 품격에 매료되면서 이러한 분들이야 말로 탈석탄-탈송접탑 희망국토도보순례의 최고의 공헌자가 아닐까? 한다.

 

주인장님! 저희를 반겨주시고 재워주고 먹여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kw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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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만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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