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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준 춘천소년원 교사
2020/12/01 09: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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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학교 출원생에게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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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수화기 너머로 건장하고 투박한 20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자는 순간 상대방이 누구인지 짐작하지 못해 잠시 대답을 주저하다가 ㅇㅇ에요라며, 다음 말을 건네는 상대를 그제야 알아차리고 들뜬 마음으로 근황을 물었다.


투박한 목소리의 청년은 2012년경 9호 처분을 받고 춘천소년원에서 생활했던 K군으로 올해 추석 무렵 몇 년 만에 전화를 걸어 나의 안부를 물은 것이다.


춘천소년원 재원 당시 K군은 큰 키와 험상궂은 인상으로 소년원 동료들을 압도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학생들에게 놀림과 무시를 당할 정도로 둔하고 여린 친구였다.


나는 그런 K군이 딱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하여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가끔 놀리기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소년원 퇴원 후에도 K군은 자주 소년원으로 찾아와 인사를 하곤 했는데 첫 월급을 발은 날, 나에게 저녁을 사겠다며 어깨를 으쓱이기도 했다.


K군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대우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고 그때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해왔지만 내가 20181월 다른 기관으로 발령이 난 데다 집안 일로 분주했던 시기라 연락은 단절되었다.


그 후 올해 7월 나는 춘천소년원으로 돌아왔으며, 우연인지는 몰라도 다시 K군과 연락이 되어 그간의 일들을 회상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사회정착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끊어진 인연이 이어진 지금 이 업무를 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우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몇 해 전 소년원 학교 출원생에 대한 사회정착 업무가 중요하게 부각되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소년원 학교 담임교사가 출원생들의 주거지 등을 방문하여 생활 실태를 점검하고 격려하는 희망도우미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


당시 희망도우미제도에 대한 소년원 담임교사들의 평가는 인색했으며, 나도 집안 자식이 우선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곤 했다


그도 그럴 듯 당시는 만성적인 과밀수용 등의 문제로 직원들의 피로도가 무척 높았던 시기로 재원중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생활지도만으로도 벅찬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20189월부터 이 제도는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실시하는 것으로 완화되었고 지금은 통신지도를 통하여 출원생들의 안부를 묻고 생활상을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K군은 나와 교류가 없던 기간 동안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통화를 마친 후 K군과 연락을 하지 않았던 지난 2~3년의 일들과 K군의 수감기간이 오버랩 되 듯 머릿속에 떠올랐으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그래도 교도소에는 가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상상을 하며 자책하곤 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를 통해 과거 희망도우미 제도를 다시 부활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어려운 시기 평소 유대관계가 돈독했던 이의 관심과 조언이 있었다면 K군과 같은 이들이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년원 출원생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관심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 등 제도권 내에서의 지원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심과 후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말해 이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재 비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벼랑 끝에 서 있을지도 모를 소년원 출원생들을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 냉대하기보다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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